March 19, 2012
미얀마에서 제주강정까지, 그리고 북미회담

지난해말 2011년 12월 28일 미국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은 미태평양사령부(USPACOM)의 신임 총사령관으로 사무엘 로클레어(Samuel J. Locklear) 해군제독을 지명하였습니다. 로클레어는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에 배치된 미 해군의 사령관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3대 주요 군사령부 가운데 하나인 나폴리 연합군사령부(JFC Naples)를 지휘해왔으며 서방이 리비아를 침략한 지난해 3월에는 리비아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작전을 수행하여 이름을 알린 인물입니다.

이에 대해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군사과학연구원(军事科学研究院)은 비교적 잘 알려진 비중있는 핵심인물을 미태평양사령부의 수장으로 지명한 것은 갈수록 높아지는 미태평양사량부의 전략적 중요성과 미 군부내의 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논평하면서 아시아로 회귀하는 미국의 안보전략의 변화가 본격화하였다고 분석하였습니다.

실제로 그로부터 일주일 후 지난 1월 5일 미국은 신규 국방전략(Defense Strategic Guidance 2012)을 발표하면서 미국의 안보전략의 중심축이 아시아로 이동하였음을 공식화하였습니다. 미국의 국방전략은 4년주기로 갱신되는 것으로 예정대로라면 지난 2010년에 이어 2014년에 발표되어야 할 것을 2년을 앞당겨 중간 발표를 하였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이었는데 이미 수개월전부터 이러한 미국의 전략적 변화가 임박하였음을 감지하고 정확한 분석을 진행해온 중국 인민해방군의 탁월한 정보능력을 보여주는 사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미국이 아시아 중심의 안보전략을 수립한 것은 소련이 붕괴하고 냉전이 종식된 직후의 일로서 그리 새로운 사실은 아닙니다. 다만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벌인 ‘테러와의 전쟁(War on Terror)’으로 인해 전략의 변화발전속도가 매우 더디게 진행되었을 뿐이었는데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러한 전략적 변화에 속도가 나기 시작하면서 중국과 인도의 군사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견해와 분석이 제시되어왔고 이번에 발표된 미 국방전략의 내용은 그간의 예측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번 미 국방전략의 근간은 명목상으로는 인도양에서 말라카해협(Strait of Malacca)을 통과하여 미 서부해안으로 이어지는 항해의 자유를 담보하고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경제적 안보적 이해관계를 증진하겠다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시아 대륙의 전략적 스팩트럼의 양끝에 존재하면서 갈수록 지역적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이란과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핵심은 중국을 봉쇄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중국위협론’을 근거로 지속적인 군사력 강화를 주장하는 미 군부의 강경파와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 등과 같은 미 보수세력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입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전술적 변화로 미 해병과 육군 등 지상군을 감축하고 과거의 육공군 중심의 전술(Land-Air Battle Doctrines)에서 지난 2010년 국방전략보고서(QDR 2010)에서 개념화한 해공군 중심의 전술(Sea-Air Battle Doctrines)로 대체하며 지상군 투입이 필요한 경우에는 지역 동맹국의 병력에 의존하겠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분쟁 발생시에 동맹국의 지상군을 전방에 투입하고 미국은 연합작전에 필요한 정찰 및 작전정보를 제공하며 해군력과 공군력을 동원하여 후방에서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해공군 중심의 전술에 기반한 연합작전은 동맹국들에게 군사적 책임과 비용 분담을 요구하는 것이고 동맹국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동맹국간의 군사적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다자화하고 구조화하여 아시아 지역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사한 형태의 다국적 연합군으로 구성된 집단안보체제를 구축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바로 이것이 최근 동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군사외교적 움직임의 주된 배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증가하는 미국 주도의 다국적 연합군사훈련들

지난 2월 태국에서는 미태평양사량부의 주도 아래 동아시아 7개국(한국, 일본, 태국, 싱가폴,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이 참여한 아태지역 사상 최대의 다국적 연합군사훈련 ‘코브라골드(Cobra Gold)’가 실시되었습니다. 코브라골드는 1982년부터 미군과 태국군이 실시해온 양자간 연합군사훈련이었으나 점차 참여국이 확대되면서 다자간 연합군사훈련으로 변모하였고 참관인 자격으로 참여하던 한국이 2010년부터 전투병력을 정식으로 파견하여 훈련에 참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1만3천여명의 병력이 참가한 이번 2012년 코브라골드는 미국이 아시아 중심의 안보전략을 공식화한 이후 아태지역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훈련으로 한국이 태국과 미국에 이어 세번째로 큰 규모의 병력을 상륙함과 함께 파견함으로써 사상 최대규모로 실시되는데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였습니다.

이어서 미태평양사령부는 지난 3월 12일부터 태국군과 싱가포르군이 참여하는 삼자간 연합군사훈련 ‘코프타이거(Cope Tiger)’를 실시하고 있는데 주목할 점은 한국의 오산 공군기지와 일본의 야코타(横田) 공군기지에 배치된 미 공군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다음달 4월에는 필리핀에서 다시 미태평양사령부의 주도 아래 다국적 연합군사훈련 ‘발리카탄(Balikatan)’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따갈로그어로 ‘어깨동무’라는 뜻의 발리카탄 훈련은 원래 미국과 필리핀의 양자간 군사훈련으로 필리핀 남부를 거점으로 하는 이슬람 반군분리주의자들에 대한 대對테러훈련이었으나 지난해 2011년에 이례적으로 주한 미8군 2사단의 수색대대가 미태평양사령부의 전력적 유연성에 따라 참가하면서 훈련의 성격이 변모하기 시작하였고 미국의 신규 국방전략이 발표된 올해에는 처음으로 한국군과 일본자위대,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시아국가들과 특히 베트남까지 참가하는 다국적 연합군사훈련으로 완전히 탈바꿈하게 되었습니다.  

미태평양사령부의 주도 아래 실시되는 이러한 일련의 연합군사훈련들은 물론 과거부터 지속되어온 연례행사이고 지진 등 자연재해에 대비한 구호활동을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참가국의 수가 늘어나고 훈련의 규모가 커지면서 중국을 염두에 둔 다국적 연합군사훈련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주한미군의 역할도 변화하기 시작해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작전지역이 한국에 국한되어 있는 주한미군이 대북억제력이라는 본래의 역할에서 벗어나 미태평양사령부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재편되는 과정에서 주일미군과 연계하여 한국이 중국을 봉쇄하는 미태평양사령부의 전초기지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미국의 해공군 중심(Air-Sea Battle)의 전술적 변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오산 공군기지와 함께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해군기지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본격적인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 바로 제주해군기지입니다.

중국을 둘러싸는 미국의 군사거점들

그렇다면 미국은 제주해군기지에 군대를 주둔시킬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미국의 거점배치전략이 상시주둔에서 순환배치 또는 방문훈련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수정되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몇년전부터 동아시아의 전통적 우방국가들과 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기타 동아시아 지역의 거의 모든 국가들과 군사적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는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시아에 편중되어 있는 미태평양사령부의 군사력을 재편하여 동남아시아 지역에 미국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군사거점을 확보하겠다는 것입니다.

우선 지난해 호주와 2500명의 미해병 순환배치를 발표하였고 싱가포르와 연안전투함 배치를 논의하였으며 필리핀에도 1992년 미군이 철수한 이래 처음으로 미군의 방문지위협정(Visiting Force Agreement)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또한 베트남과도 군사교류에 합의하여 지난 2월 태국에서 실시한 코브라골드 연합훈련에 베트남이 참관인 자격으로 참가하였으며 다음달 4월 16일부터 필리핀에서 열흘간 실시되는 발리카탄 연합훈련에는 정식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밖에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브루나이 동티모르 등 기타 아세안(ASEAN) 국가들과도 군사교류 확대를 협의하여 아태지역에서 실시되는 미태평양사령부 주도의 연합군사훈련에 거의 모든 나라가 직간접으로 참여하게 될 예정입니다.

또한 미국은 중국의 전통적 우방국인 미얀마와도 관계개선을 시도하여 지난해 11월 힐러리 클린턴(Hillary Rodham Clinton) 미 국무부장관이 미얀마를 방문한 이후 급속도로 관계가 호전되이 지난 2월에는 양국간 대사교환이 발표되었습니다.  

미얀마는 중국과 광활한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로서 말라카해협이 봉쇄될 경우 중국이 안다만해(Andaman Sea)를 통해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해상교통로를 유지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에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과 서방의 각종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미얀마 군사정권에 각종 경제적 군사적 원조와 투자를 제공하며 미얀마에 대한 지속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해왔고 미얀마의 대對중국 의존도는 그만큼 심화되어 왔습니다.

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미얀마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는 중국의 입지를 약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므로 미얀마 군사정권에 미국이 명분으로 삼을만한 일정수준의 민주화조치를 전제로 제제완화와 국교정상화를 제안하였고 중국에 대한 의존이 심화되는 것을 우려했던 미얀마가 이에 합의함으로써 관계개선을 이루어낼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미얀마가 지난 2월 태국에서 실시된 코브라골드 연합군사훈련에 참가를 희망하였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미국이 미얀마를 중국으로부터 빼앗아 완전히 포섭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하였습니다. 연합군사훈련의 참가는 관례상 참관인 자격으로 참여하는 수순을 밟기 마련이므로 향후 미얀마의 행보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새로운 차원의 북미회담 

중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이러한 미국의 행보를 중국에 대한 완전한 포위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것은 중국의 연안으로 간주되는 세개의 바다인 황해와 동중국해, 남중국해에 들어서는 미국의 군사거점에 더하여 말라카해협을 넘어서 인도양의 동쪽에서도 중국을 압박해오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인데 기실 그것은 옳은 판단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의 일부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북미회담도 미국의 미얀마 유화정책과 같은 맥락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제시되었습니다. 즉, 서쪽의 말라카해협과 동쪽의 조어도 지역이 봉쇄되었을 경우 중국이 미국의 봉쇄망을 뚫고 진출할 수 있는 동아시아 대륙의 양끝에 존재하는 인도양과 동해라는 바닷길목에 위치한 두 나라, 미얀마와 북한에 미국이 침투하여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전략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결국 현재 북한이 처한 입장도 미국과 서방의 경제제재로 인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얀마와 같은 입장이며 중국에 의존하기보다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주체’적인 경제발전을 이루고자 했던 김정일의 유지와도 일치하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미국은 미얀마에서 한반도까지 중국을 봉쇄하는 전방위적 전략을 사용하면서도 아태지역에 새로운 영구주둔거점을 구축하기보다는 순환배치나 연합군사훈련을 목적으로 하는 방문거점을 확대해감으로써 중국과 직접적인 대립을 피하고 동아시아국가들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반미감정을 자극하지 않는 수준의 점진적인 방법으로 군사거점을 확보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다국적 연합군사훈련이 증가함에 따라 미군의 방문횟수도 잦아질 것이고, 훈련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방문 미군의 체류기간도 늘어날 것이므로 결국 이러한 방법으로 제주해군기지도 중국을 봉쇄하는 미국의 방문거점 중 하나로 사용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21세기판 SEATO는 성공할 수 있을까?

여기서 한가지 되짚어볼 것은 미태평양사령부의 신임 총사령관으로 지명된 사무엘 로클레어의 경력입니다. 미 해군의 핵심엘리트 지휘관이기는 하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사람을 태평양사령부의 신임 수장으로 지명한 까닭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지요. 그것은 그가 나폴리 연합군사령부(JFC Naples)를 지휘하면서 수행해온 다국적 연합군사작전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태지역의 방문거점을 기반으로 한 연합군사훈련을 통제하고 미태평양사령부의 군사력을 재편하여 아태지역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사한 집단안보체제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사실 미국은 과거에 이미 동남아시아 지역에 집단안보체제를 시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1954년 냉전시대에 공산주의 남하를 봉쇄하기 위해 현재의 아세안국가들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조약기구(SEATO)를 창설하였습니다. 그러나 SEATO는 NATO와는 달리 회원국간의 정치적 역사적 이견으로 상비군도 존재하지 않았고 단일화된 군사령부도 갖지 못했습니다. 미국이 베트남을 침략할 당시 SEATO는 미국의 베트남 개입에 중요한 명분을 제공하였고 아세안(ASEAN) 창설의 모태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는 하였지만 군사적 중요성은 확대하지 못한채 결국 1976년에 해체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이제 또 다시 아태지역에서 과거 SEATO보다 더 확대된 동아시아 집단안보체제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어떠한 형태의 집단안보체제를 구축하고자 하는지 어느 나라가 참여할 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일단 지난 2월 태국에서 실시된 코브라골드 훈련에 직간접으로 참여한 국가들을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훈련에 정식 참여한 아시아 7개국 외에 비非동아시아국가들로는 호주와 뉴질랜드를 비롯하여 아랍에미레이트(UAE)와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캐나다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과거 SEATO에 참여했던 서방국가들과 유사한 모습입니다. 특히 싱가포르가 지난 2월 29일에 네덜란드 해군에게 군사기지를 제공하는 협정에 서명한 사실은 NATO 국가들중 일부가 동아시아 집단안보체제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냉전시대에 공산주의 봉쇄정책의 일환으로서 구축된 SEATO와 오늘날의 동아시아는 매우 다른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과거의 ‘중공’이 주변국가들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전혀 없었다면 오늘날의 중국은 정치 경제 문화 일반에 걸쳐 주변국가들과 다양한 교류와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냉전시대에 아무런 경제적 이해관계가 없던 소련과는 달리 오늘날 미국과 중국의 경제는 서로 경쟁하면서도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어떠한 경우에도 배제할 수 없는 중요한 파트너라는 점에서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을 염두에 둔 집단안보체제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시도가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것인지, 과연 미국의 아시아판 NATO는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은 “미국이 [너무] 앞질러가고 있다"고 논평하였습니다. 이는 ‘중국위협론’이라는 것이 현재 실재하는 군사적 위협이 아니라 여전히 정치적인 문제인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정치적 역사적 이견을 초월하여 친미반중 집단안보체제를 구성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는 회의적 시각이지요.

실제로 호주와 뉴질랜드를 비롯한 아태지역의 국가들은 성장하는 중국의 영향력에 다소 우려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친미반중연합으로 뭉쳐 중국과 대결국면을 만들 생각 또한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중국과 남해군도 영토분쟁을 벌이는 당자국들조차도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불안감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과의 미래지향적 파트너쉽만이 평화와 경제적 번영을 담보할 것이라는데에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중국 주변국가들의 다소 이중적 또는 중립적 태도는 얼마전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가 <Foreign Affairs>에 기고한 글에 잘 나타나 있는데, 키신저는 이 글에서 한 인도네시아 외교관이 미국의 고위외교관리에게 강조한 말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떠나지 말라. 그러나 우리에게 [미국과 중국중] 선택을 강요하지 말라 (Don’t leave us, but don’t make us choose)"

이처럼 냉전시대부터 중국과 인도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비동맹 중립을 지키려했던 대부분의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SEATO 이후 6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개의 강대국의 틈바구니속에서 불필요한 대결구도의 희생자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입니다. 중국에 대한 우려감과 미국과의 외교적 관계를 고려하여 미태평양사령부가 주도하는 연합군사훈련에 참가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친미반중연합체제를 찬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물론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아시아 국가들을 끊임없이 달래고 설득하며 아태지역에서 우위를 차지하려고 노력하겠지만 그 인도네시아 외교관의 말처럼 한국도 미국과 중국중 하나를 선택할 상황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중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지금까지 충분히 지켜올 수 있었던 한미동맹을 굳이 반중동맹으로 만들어갈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제주해군기지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중국위협론’을 과장하고 중국을 적대시한다면 한반도의 긴장만 고조될 뿐 한국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와 아시아의 평화적 발전에는 어떠한 도움도 기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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